켜켜이, 항만의 시간 위에 다시 작동하는 공공 인프라
켜켜이, 항만의 시간 위에 다시 작동하는 공공 인프라
부산항 제1부두는 바다와 도시 사이에서 물류·이동·대기·교류를 받아들이며 변화해온 항만 인프라이다. 그 가치는 고정된 형태보다 시대별 기능이 덧입혀진 부두의 지층,
창고 구조, 철도 흔적, 수변 경계에 있다. 본 계획은 이를 항만 마켓, 철도 기억축, 열린 전이공간, 가변형 모듈, 수변 데크로 재해석해 닫힌 인프라를 시민의 보행과 체류, 문화 활동이
바다로 이어지는 열린 공공 플랫폼으로 전환한다. 고정된 유산 위에 변화하는 프로그램과 새로운 일상이 계속 축적되는 미래의 부두를 제안한다.
박시현 Park Si Hyun
Studio 3
부산항 제1부두는 바다와 도시 사이에서 물류·이동·대기·교류의 기능을 받아들이며 변화해온 항만 인프라이다. 일제강점기 항만 기반의 형성,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역할, 이후 수산 유통과 여객·물류 기능의 변화, 북항 재개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기능과 도시적 사건이 중첩되어 형성되었다.
본 계획은 제1부두의 가치를 특정 건축물이나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바다에서 유입된 물류와 사람을 도시로 전달하던 인프라 시스템에서 찾는다. 선박이 닿는 접안부, 하역과 대기가
이루어지던 전이공간, 물류창고, 철도와 도로는 서로 결합해 바다-부두-도시의 흐름을 조직했으며, 접속성·전이성·확장성을 지녔다. 그러나 이 흐름은 항만 운영과 물류 효율을 위한
닫힌 구조였다. 이에 기존 인프라의 구조와 속성을 보존·재해석하여 시민 중심의 열린 공공 흐름으로 전환한다.
접안부는 수변 데크로, 전이공간은 열린 공간과 잔디 공원으로, 창고는 항만 마켓과 온실형 확장부로, 철도와 도로의 연결 구조는 철도 기억축과 철도 흔적 보행길로 재해석된다. 이를
통해 과거 바다에서 도시로 향하던 항만의 흐름은 도시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시민의 보행·체류·교류·문화 활동의 흐름으로 다시 작동한다.
이러한 전환은 제1부두에 남겨진 시간의 층위를 기반으로 한다. 1910년 잔교 확장선은 가변형 모듈 거리로, 1930년 철도 흔적은 보행길로, 1990년 콘크리트 잔교는 구조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전환한다. 1910·1920년 철로는 철도 선의 재현과 유리 바닥 아래 유구를 보여주는 철도 기억축으로, 물류창고의 흔적은 가변형 모듈 거리와 온실형 마켓 확장부로
재생한다. 진입광장, 연결광장, 수변 데크는 시민이 머무르며 바다와 만나는 공공 장치가 된다.
기존 창고는 로컬 해산물, 푸드, 브랜드, 카페와 작은 판매 부스를 담는 항만 마켓으로 재생되고, 온실형 확장부는 내부 활동을 수변으로 확장하는 반외부 전이공간이 된다. 철도
기억축과 보행길은 과거의 연결 기반을 시민이 걷고 기억을 읽는 공간으로 바꾸며, 열린 전이공간과 수변 데크는 휴식·이벤트·조망·교류를 수용한다.
가변형 벽체 모듈 시스템은 제1부두의 미래성을 담당한다. 프레임과 벽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모듈은 회전 패널, 쇼윈도, 슬라이딩 전시 벽체, 개폐형 문을 통해 활동을 외부로
드러내고, 접이식 테이블·벤치·수납·카운터로 판매·작업·체험·휴식을 지원한다. 하나의 모듈은 전시, 팝업 마켓, F&B, 워크숍, 쉼터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본 계획은 제1부두의 과거를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항만 인프라의 작동 원리를 현재와 미래의 공공 활동으로 다시 작동시키는 제안이다. 고정된 유산은 장소의 시간을
지탱하고, 변화하는 프로그램은 계절과 도시의 변화, 시민의 다양한 사용을 수용한다. 제1부두는 더 이상 닫힌 항만 경계가 아니라, 항만의 시간 위에 다시 작동하는 열린 공공
인프라로 도시와 바다를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