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마당 : 마주침이 머무는 집


 현대 공동주거는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강화하며 거주자의 편안함을 확보해 왔다. 

 그 과정에서 외부와 내부 사이의 중간 레이어는 단순화되었고, 공간의 전이는 급격해지며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마주침은 줄어들었다. 

 본 프로젝트는 현대 주거가 요구하는 사적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주거가 지녔던 느슨한 관계와 일상적 접촉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세대가 이용하는 대형 공용공간 대신, 2~4가구가 공유하는 ‘공동마당’을 제안한다. 집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부담 없는 만남이 발생하고, 낮은 경계 안에서 새로운 공동성이 형성되는 공동주거를 탐구한다.


정순현 Jung Soon Hyun

Studio 3 


현대의 공동주거는 거주자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주거 공간의 경계를 더욱 명확하게 만드는 동시에, 세대 내부에서 단지 외부로 이어지는 공간적 전이를 단순화하였다. 오늘날의 공동주거는 집을 나서면 곧바로 복도와 계단실, 엘리베이터를 거쳐 외부로 이동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이 과정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거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중간 영역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원하면서도, 과거의 골목이나 마당에서 발생하던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교류를 그리워한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 공동주거가 가진 프라이버시와 보안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주거 공간 사이에 다양한 관계의 층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공동주거가 ‘세대–단지–외부’로 단순하게 구성된다면, 제안하는 공동주거는 ‘세대–공동마당–공동현관–작은 광장–단지–외부’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공간 구조를 가진다.


프로젝트의 핵심 공간인 ‘공동마당’은 2~4개의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소규모 공유 공간이다. 거주자는 집으로 이동하는 일상적인 동선 속에서 공동마당을 자연스럽게 지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이웃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잠시 머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이용하는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과 달리, 공동마당은 소수의 세대가 공유하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친밀감을 점진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공동마당은 항상 공개된 공용공간이 아니라, 거주자의 선택과 사용 방식에 따라 때로는 사적이고 때로는 공적인 공간이 되는 유연한 경계로 작동한다.


단지 내부에는 공동마당뿐만 아니라 공동현관, 작은 광장, 메인 길, 온실형 공유 텃밭, 작은 도서관, 스터디 라운지, 공유오피스 등 다양한 공용공간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공간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의 일상적인 이동 동선과 연결되어 자연스러운 마주침을 유도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강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 관계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주거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독립성과 공동체적 삶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새로운 주거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