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의 시간을 다시 열다
부산항 제1부두는 약 100년 동안 항만의 형성과 확장, 노동과 이동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다. 돌 제와 잔교는 바다 위에 부두가 조성되어 온 과정을 보여주고, 지반 아래 유구와 철골 상옥은 제1 부두가 실제로 작동했던 시간을 현재의 공간에서 읽게 한다. 그러나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제1부두는 해수면 상승, 산성비와 염해, 도시 열환경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유산을 차단하고 격리하는 방식은 물리적 손상을 줄일 수 있지만, 다양한 삶과 활동 이 이어져 온 제1부두의 열린 장소성과 도시적 기억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본 설계는 기후변화를 차단해야 할 위협으로만 보지 않고, 제1부두를 다시 조직하는 공간적 조건으로 해석한다. 먼저 돌제, 잔교, 유구, 상옥의 흔적을 드러내어 장소의 형성과정을 읽게 하고, 변화하는 수위에 대응해 잔교의 구조를 수직적으로 확장함으로써 바다와 땅의 경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유산의 위와 주변에는 새로운 지형을 조성해 환경 변화의 영향을 완충하고, 그 상 부를 시민이 걷고 머무는 공공 공간으로 활용한다. 상옥과 발굴 유산은 전시·연구·아카이브 공간 으로 재구성하고, 변화하는 수위와 기후환경은 기록과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제1부두를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도시 생활과 미래의 환 경 변화가 함께 축적되는 열린 유산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