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건축을 위한 아카이브
사라지는 건축을 위한 아카이브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건축과 공간은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지는 건축은 단순히 낡은 구조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도시의 방식을 담고 있는 기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은 충분히 기록되지 못한 채 우리와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사라진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사라져가는 건축을 기록하고 보존하며,
동시에 도시의 변화와 건축의 의미를 다시금 인식하는 ‘사라지는 건축을 위한 아카이브’를 제안한다.
과거의 건축을 마주하고, 현재의 변화를 경험하며, 미래의 건축을 질문하는 공간을.
본 설계는 건축을 단순한 물리적 결과물이 아닌, 기억되고 경험되며 다시 생성되는 ‘과정적 매체’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건축의 기억은 특정 공간에 고정된 정보가 아니라, 도시를 걷고 건축을 지나며 공간을 통과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고 축적된다.
이에 따라 사라지는 건축을 하나의 전시실에 집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축의 시간성과 변화를 따라 이동하는 ‘기억의 길’을 통해 도시 건축의 기억을 경험하도록 하는 건축을 제안한다.
설계는 지상에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고, 주요 프로그램을 지하에 배치함으로써
지하 공간을 단순한 기능적 수용체가 아닌 경험의 깊이를 형성하는 장으로 전환한다.
‘조도’, ‘보이드와 층고’, ‘재질’, ‘경계의 흐림’이라는 네 가지 전략은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요소가 아니라 상호 결합되어
지상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공간 경험을 구성한다.
이는 사용자가 건축을 정지된 대상이 아닌, 이동하며 인식하는 깊이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지상에서 시작된 동선은 일상의 스케일에서 출발해 점차 깊이로 침잠하며 건축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정을 형성한다.
초기의 건축가의 거실과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건축에 대한 기록과 자료를 접하며 집단적 기억을 인식하게 되고,
이어지는 체험 공간에서는 신체적 이동과 시퀀스를 통해 건축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지하 깊숙한 랜더링 홀에서는 시각과 청각이 집중된 환경 속에서 건축 이미지에 몰입하며 기억이 강하게 각인된다.
이후 사유의 방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개인의 내면으로 환원하며 기억을 정리하고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시민 기억 기록의 장이자 건축 아고라, 포럼가든은 축적된 경험과 기억이 다시 외부로 확장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참여형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강연과 포럼을 통해 건축에 대한 담론을 생성하며 미래의 건축을 함께 모색한다.
결과적으로 본 설계는 건축을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경험하고 사유한 뒤 다시 생성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건축을 고정된 대상이 아닌, 사람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살아있는 매체로 제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