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그 너머
숨결 그 너머
도심 속 열린 추모공간
하단 에덴공원에 유골함 없이, 음악과 문화를 추모의 매개로 삼은 도심 속 열린 추모공원을 설계
부산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장사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추가로 납골당 건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납골당은 주로 도심 외곽에 자리했지만, 앞으로는 도심 내부에 건립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납골당이 시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만 장묘시설이 도심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추모공원은 하단 에덴공원에 위치한다. 에덴공원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산의 음악 역사를 품고 있는 공원이다. 주변은 대학가와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지만, 약 50m의 고도차를 가진 동산 위에 자리해 도심에 있으면서도 상부 공간은 주변과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이트의 특성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추모공원을 설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 공원에 음악과 문화의 역사를 담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도심 속 열린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둘째, 추모공간은 기존 납골당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죽음을 상징하는 실체적 요소인 유골함을 제거하고, 대신 추모의 매개체를 통해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무겁거나 부정적인 인상이 아닌, 보다 편안하고 열린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기존 납골당의 공간적 한계 역시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봉안시설 중심의 장묘문화는 이미 전국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 등으로 장묘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실제 유골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며, 추모의 매개체를 활용한 방식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주차장을 지나 공원 상부로 올라오면 솔바람관을 통해 공원에 진입할 수 있다. 솔바람관에는 공연장과 명상실, 그리고 중앙의 원형 실내 광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이 음악과 문화를 향유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적 효과를 제공한다. 공원으로 나가면 작은 언덕 속에 묻힌 솔바람관의 지붕 위에서 공원을 내려다보며 야외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추모관에서는 유골함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추모란 결국 ‘기억’과 ‘사색’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유골함이 없는 이 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고인을 편안하게 떠올리고, 깊이 사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추모의 공간을 기억의 공간과 사색의 공간으로 나누어, 추모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자연과 미디어 등 특정 매개체에 집중하며 사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추모관과 음함당(청음공간)을 구성했다.
고인을 직접적으로 기억하는 제실에서는 수공간과 빛을 활용해 공간에 엄숙함을 더했다. 유골함 대신, 고인의 생애 순간을 모아 아카이빙한 공간을 마련하고, 30×30 크기의 작은 함에는 유골 대신 고인에게 바치는 꽃을 두는 행위를 통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추모객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고인을 더 깊이 떠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