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포;진지
과거 일본군이 사용하던 목욕탕은 전쟁의 일상과 억압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이 시설은 단순히 생활 편의를 위한 곳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군사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 자취가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 있어,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마을이 겪어야 했던 상처와 단절의 기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흔적은 점점 낡고 희미해지고 있으며, 그 의미 또한 잊히기 쉽다.
이러한 기억의 공간이 주는 무게와 대조되도록, 억압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이미지를 전환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별도의 장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편의시설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놓아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동시에 마주하게 하고, 아픔의 흔적과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과거의 억압이 자리하던 기억의 공간과 치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공간이 나란히 놓여,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서로를 위로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